은혜를 거래로 바꾸지 마십시오
작성자 조근호 | 작성일26-07-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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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거나, 마음을 준 만큼 인정을 바라는 ‘거래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지만 우리와 성정이 같았던 레아와 라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간절히 얻고 싶던 레아와, 자녀를 원했던 라헬은, 합환채(두다임)라는 식물을 계기로 남편 야곱과의 하룻밤을 마치 물건처럼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두 여인이 성사시킨 거래가 그들이 얻은 새 생명의 이유가 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언합니다. 사랑받지 못함으로 인해 자녀의 수로 경쟁하며 외롭게 부르짖던 레아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셨습니다’(창 30:17). 하나님은 자녀가 없어 깊은 탄식 속에 있던 라헬을 ‘생각하사’ 마침내 그 태를 열어 요셉을 얻게 하십니다(창 30:22). 족장의 아내인 사라나 리브가처럼, 수려한 외모와 믿음을 지녔음에도 그들의 태는 마치 막힌 것처럼 보였습니다. 과연 아브라함 가문이 약속대로 장차 이스라엘 민족이 될 수 있을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야곱 가문에 생명의 역사가 풍성하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생명은 인간의 거래나 노력이라는 흔적이 섞여 있지만, 그 근본은 결핍과 고통을 아시고 찾아오신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인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장차 자신의 거룩한 백성이 될 ‘민족 이스라엘’을 일으키기 시작하십니다.
이제 우리의 신앙 모습을 돌아봅시다. 혹시 우리도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과 섬김의 열심을 순간순간 ‘거래’로 바꾸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흘린 땀과 수고만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이 베푸신 거룩한 은혜는 내 공로를 증명하려는 대가로 변질되고 맙니다. 내가 기대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마음 한켠에서 올라오는 섭섭함과 불평은, 이미 은혜를 거래로 바라보고 있다는 부끄러운 신호입니다.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내 안에 있는지 가만히 돌이켜봅시다. 거래에 익숙한 마음과 조급함도 내려놓읍시다. 응답이 더디게 느껴지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도 나를 다 아시고 기억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손을 끝까지 신뢰하십시다. 나의 결핍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들고 나아갑시다.
그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를 사셔서 부여해 주신 ‘성도’, 즉,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가치를 깊이 묵상해 봅시다. 나아가, 거래하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사랑으로 공생애를 채우신 예수님의 발자취를 떠올려 봅시다. 오직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격하며 낮은 자리에서 충성스럽게 섬기는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를 마음 모아 소망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 할지니라”
(눅 17:10)
제34-30호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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