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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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우 댓글 0건 조회 1,410회 작성일 06-10-10 08:12본문
한 2년 남짓 신은
구두
뒷축 모서리가 해어저
실밥이 너덜거리고
뒷굽도 많이 닳아 불편하기에
(뒷축과 한쪽만 닳은 굽 빼고는 다른 곳은 멀쩡한 구두여서)
더는 미룰 수 없어 마음 단단히 먹고
전주 한옥마을 길 모퉁이
구두종합병원(?)엘 갔습니다.
마침
다른 손님이 별로 없어,
한 시간 남짓
구두방 앞에 턱 괴고 앉아
구두를 손질하는
아저씨의 날랜 손놀림을 지켜보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한 쪽으로만 닳아
좀 흉하게 된 제 구두 뒷굽에
새로운 플라스틱 굽을 야무지게 붙여주시면서
"뒷굽에 골치 아프게 못질 하지 않고
그냥 수선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마 나 하나 뿐일 것"이라며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중증 척추장애 구두방 아저씨 앞에서
갑자기
낯이 화끈거려 왔습니다.
꽤 오랜 수고 끝에
다시 멀쩡해진 구두를 감사한 마음으로 신으면서
구두 수선비에
거스름돈 몇천 원을 더 얹어 드리자
부득부득 손사래를 치시며 내치셨지만
저도 아저씨에게 끝끝내 지지 않았습니다.
마침 카메라가 있으니
사진 한 장 찍어드리겠다고 하자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고는
카메라 셔터소리에 전혀 아랑곳 않고
이내 다음 손님의 구두를 날래게 손 보시기 시작했습니다.
중증 장애를 안고
한 평도
채 안돼 보이는
비좁고 어둑한 철제박스 안에서
평생
고린내 풀풀 나는 남의 헌 구두를 매만지며 살아오신
이 아저씨의 미소를
아주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주님께서 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우리 모두 이렇게
한결같이 밝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삶이길 바랍니다.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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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가을,
전주 전통한옥마을.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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